40대 가장이 빠른 돈을 포기하고 블로그를 선택한 이유

빠른 돈이 필요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당장 집 문제로 마음이 급했고, 생활비와 고정비는 매달 빠져나갔다. 그래서 나는 가장 빠르게 돈이 되는 방법부터 찾았다. 대리운전을 했고, 유튜브를 보다가 사기도 당했다.

그 과정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이렇게 해서, 내가 정말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빠른 돈은 항상 조건이 붙어 있었다

대리운전은 분명히 빠른 돈이었다. 나가면 바로 현금이 생겼다. 하루 10만 원, 한 달이면 8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도 가능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밤을 써야 했고, 잠을 포기해야 했고, 다음 날의 나를 희생해야 했다. 오늘 10만 원을 벌기 위해 내일의 컨디션을 담보로 맡겨야 했다.

몇 달을 해보니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계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빠른 돈은 항상 체력이나 시간을 담보로 요구했다. 그리고 40대 중반의 몸은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했다.

사기를 당하고 나서 더 분명해졌다

유튜브에서 본 투자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수익을 약속했고,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그럴듯하게 들렸다. “매달 7~8% 수익”, “원금 보장”, “3개월 후 인출 가능”. 그 말들이 지금의 급한 마음과 딱 맞아떨어졌다.

결과는 사기였다. 대리운전으로 모아둔 돈 대부분을 잃었다. 500만 원 중 60만 원만 건졌고, 나머지 440만 원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때 깨달았다. 빠른 돈은 대부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구조 위에 올라가 있다는 걸. 남이 만든 시스템, 남이 꺼낸 말, 남이 정해 놓은 규칙. 그 안에서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결과를 내가 책임질 수 없었다.

돈을 잃고 나서 가장 무서웠던 건 금액이 아니라 무력감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 그저 기다리고, 믿고, 당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그 무력감.

그래서 기준을 바꿨다

그 이후로 돈을 보는 기준이 바뀌었다. 얼마나 빨리 버느냐가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느냐였다.

  • 밤을 쓰지 않아도 되는지
  • 몸을 갈지 않아도 되는지
  • 실패해도 남는 게 있는지
  • 누군가의 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지

이 기준으로 다시 보니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빠른 돈은 이 기준 중 하나 이상을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 다시 블로그로 돌아왔다. 처음에 생각했다가 너무 느리다고 미뤄뒀던 그 선택으로.

블로그는 느렸지만, 구조가 달랐다

블로그는 당장 돈이 되지 않았다. 언제 수익이 날지도 몰랐고, 처음에는 조회조차 거의 없었다. 글을 올려도 하루에 방문자가 한 명, 두 명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글 하나를 쓰면 그 글은 남았다. 오늘 안 되더라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내일도, 한 달 뒤에도, 1년 뒤에도 그 글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과정이 내 손 안에 있었다. 어떤 주제를 쓸지, 어떤 속도로 갈지, 어디까지 할지. 누군가에게 돈을 맡길 필요도, 밤을 쓸 필요도 없었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흔들리지는 않았다. 누군가 사이트를 닫아버리거나, 연락이 끊기거나, 약속을 어기는 일도 없었다. 그저 내가 쓰고, 쌓이고, 기다리면 됐다.

포기한 건 ‘속도’지, ‘돈’이 아니었다

나는 돈을 포기한 게 아니다. 속도를 포기한 것뿐이다.

느리더라도 결국 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 가장이 된 이상, 한 번의 반짝보다 계속 갈 수 있는 길이 더 중요했다.

대리운전은 한 달에 100만 원을 벌 수 있었지만, 1년을 버틸 수 없었다. 투자는 매달 수익을 약속했지만, 결국 사기였다.

블로그는 당장은 한 푼도 안 되지만, 1년 후, 2년 후에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는 돈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었다.

블로그는 그 기준에 맞는 첫 번째 선택이었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

이 글은 블로그를 미화하려는 글이 아니다. 다만 빠른 돈의 유혹을 직접 겪어본 40대 가장이 왜 결국 느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이 선택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속도를 포기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부딪힌 현실, 글을 써도 반응이 없던 시기와 그래도 멈추지 않기로 한 이유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다음 글 바로가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