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그때의 나는 정말로 벌어야만 했다.
나는 원래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남들만큼만 살 수 있으면 됐고, 그게 목표의 전부였다. 큰 집에 살고 싶다거나, 좋은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돈은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숫자가 현실이 되던 날
이혼을 하던 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이제 끝났구나’였다. 하지만 그건 시작이었다. 대출은 그대로 남았고, 위자료를 마련하느라 빚은 오히려 더 늘었다. 통장을 볼 때마다 마이너스 숫자가 커져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이게 얼마나 오래 나를 짓누를지 몰랐다. 그냥 일단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재혼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생활이라는 게 이렇게 빠르게 숫자로 바뀌는구나. 매달 15일이 되면 양육비가 나갔고, 월세일이 되면 통장이 텅 비었다. 보험료, 학원비, 생활비까지 하나씩 보면 괜찮아 보였는데 다 합치니까 숨이 막혔다. 월급날 아침에 입금된 돈이 저녁이 되기도 전에 빠져나갔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이게 맞나?
가장이라는 말을 처음 실감한 순간
딸 둘은 전 부인과 지내기로 했다. 아이들이 그쪽을 선택했고, 나는 그 선택을 존중했다. 지금도 매달 양육비를 보낸다. 멀리 있어도 아이들은 내 아이니까. 가끔 전화가 오면 “아빠 잘 지내?”라는 말에 “응, 잘 지내”라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지금은 아내와 아이 하나를 함께 키우고 있다. 아내는 용기를 내서 가게를 시작했고, 나는 그걸 응원했다. 하지만 가게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 나는 고정비를 내고 나면 생활비를 보태기도 빠듯했다. 결국 집안 생활비는 물론이고 내 용돈까지 아내가 내고 있는 상황이 됐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장을 보고 돌아와서 냉장고에 음식을 채워 넣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가장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책임이라는 게 이렇게 무거운 거구나.
의지가 아니라 책임이 됐다
예전에는 “돈 좀 더 벌어야겠다”는 말이 그냥 의지였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됐고,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 점점 무거워졌다. 현관문을 열면 아이가 “아빠!”하고 달려왔지만, 나는 웃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이번 달은 얼마가 남았지. 다음 달에는 뭘 줄여야 하지.
그래서 퇴근하고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밤에 할 수 있는 일, 주말에 할 수 있는 일,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무엇이든 좋았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이 글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이 아니다. 아직 수익도 없고, 성공했다고 말할 것도 없다. 그냥 내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왜 쉽게 그만둘 수 없는건지, 그 시작점만은 남겨두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그때의 나는 정말로 벌어야만 하는 순간 이였다.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었던 그 순간.
이 글은 그 순간의 기록이다.
다음 글에서는
40대 가장의 무게를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꼈던 그날, 아내 앞에서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