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내는 거제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침수 사고를 겪었는데, 1층 주인집과 2층 식당이 공동 배관을 사용하는 구조에서 주방 음식 찌꺼기가 쌓이며 배관이 막힌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불행히도 1층 집은 가끔 사용하는 세컨드하우스라 침수 사실을 늦게 알았고, 집 안에는 이미 심한 악취가 퍼진 상태였습니다. 집주인은 최소 견적으로 1500만 원의 수리비를 요구했지만, 서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화재보험 특약이 가입되어 있어 주인집은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저희 또한, 자기부담금 10만 원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침수 사고 발생 경위부터 보험 처리, 재발 방지까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사고는 예상도 못 한 순간에 찾아왔다
2층짜리 건물에 1층은 집주인 집이고, 2층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낮은 층수의 건물은 배관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가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가게를 넘겨주던 전 사장님이 “여기는 1년에 한 번쯤은 사람 불러서 배관을 꼭 뚫어야 한다”고 미리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장사를 시작한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실제로 한 번 배관을 뚫었고, 이후에는 별문제 없이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아침, 집주인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사장님, 집에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어요. 악취도 너무 심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집주인의 첫 요구는 1500만 원
오랜만에 집에 들른 집주인은 그 상황을 보고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필 주말 저녁이라 바로 출동할 수 있는 배관 업체도 없었고, 결국 집주인과 저는 늦은 밤까지 말없이 물을 퍼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급한 상황은 일단락됐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집주인은 집 수리 비용으로 최소 견적 1500만 원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가구와 가전은 침수로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바닥에는 물이 깊게 스며들어 최소 2~3주는 보일러를 틀어 말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우리에게 1500만 원이라는 금액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의 막막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진짜 우리 책임일까? 먼저 확인해야 했다
가장 먼저 계약서부터 확인했습니다. 특약사항을 보니, 배수 문제로 가정집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2층 가게가 원상복구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었습니다. 계약 당시 건물주가 했던 말도 떠올랐습니다. 집을 자주 비우지만 가끔 들르니, 가정집 화장실 배수구에 덮어둔 덮개가 움직여 있으면 그때 한 번씩 배관을 뚫어달라고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건물주가 한 달 정도 집을 비운 사이에 침수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억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배관이 막힌 원인이 우리에게 있는 건 맞지만, 애초에 배관을 따로 사용했다면 이런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상황은 우리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도 아니고, 집주인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아주 애매한 상태였습니다.
피해는 이미 발생했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습니다. 장사를 계속해야 하는 입장에서 건물주와 갈등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간에 잘못을 따지게 된다면 당연히 제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결국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우리가 책임을 지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 떠오른 게 ‘배상책임보험’
가게를 시작할 때 가입해 두었던 보험이 떠올랐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보험사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니, 침수 피해가 가게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맞다 면 보상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다만 피해 사실을 우리가 입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층 가게에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로 배관이 막혀 역류했고, 그로 인해 1층 집이 침수되었다는 점을 전문가 소견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문가를 불러 배관 상태를 점검하고 소견서 제출하여 보험으로 피해 보상을 하였지만, 소견서를 받기까지 혹시 보상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험 접수가 완료되면 보험사 손해사정사가 전담으로 배정되고, 현장 실사를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합니다. 이후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보상 금액이 산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초기 우리가 먼저 부담했던 배수구 통수 비용이나 전문가 소견서 비용도 함께 보상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마지막으로 자기부담금 10만 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보상은 끝이 납니다.
결과적으로 피해보상은 보험 처리 되었고, 우리가 부담한 금액은 자기부담금 10만 원 이였습니다.
집주인이 받은 실제 보상금은 약 4500만 원
놀랍게도 보험사에서 산정한 보상 금액은 약 4500만 원이었습니다.
집주인이 처음 우리에게 요구했던 1500만 원은, 말 그대로 “최소 수리비”였던 거죠.
만약 집주인이 요구한 1500만 으로 피해보상을 마무리 지웠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큰 손해였을 겁니다.
결국 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집주인도 충분한 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우리는 자기부담금 10만 원으로 서로가 감정을 상하지 않고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보험의 힘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배관 공사 진행
사고가 해결되었지만, 배관을 함께 쓰는 구조라면 언제든 같은 피해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주인과 협의해 우리 가게 배관을 따로 분리하는 공사를 했습니다.
공사 비용은 250만 원이었지만 우리가 150만 원만 부담하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사고로 서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졌으며, 매년 배관 청소비도 안 들어가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번 일을 겪고 가장 크게 느낀 점
큰 사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예외 없이 찾아옵니다.
당장의 가게 수익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닥칠 큰 위기에 대비해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이런 사고 하나가 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보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그냥 흘려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접 사고를 겪고 나니, 보험 하나가 가게를 살려줄 수도 있다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소상공인이 꼭 알아야 할 보험
특히 식당처럼 물·불을 많이 쓰는 업종이라면 화재 보험은 필수입니다.
한 달 비용이 많지 않으니 특약사항 꼼꼼히 확인하셔서 가입하시길 바랍니다. .
사고가 한번 터지면 그 금액이 수백 배가 되어 돌아옵니다.
보험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1500만 원도 부족한 상황에 놓였을 겁니다.
마무리
사고는 언제든 찾아옵니다. 가게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배관 상태도 더 꼼꼼히 확인하고 보험도 꼭 유지하려고 합니다.
혹시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는 사장님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